"이게 신상공개?"…정유정,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썼다

입력 2023-06-02 17:23   수정 2023-06-02 17:32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신상 공개가 결정된 정유정(23)이 2일 포토라인에 섰으나, 신상 공개 피의자의 얼굴 공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정유정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눈까지 올려 쓰고 나타나 눈빛조차 공개되지 않으면서다.

2일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검거 이후 가족으로부터 모자와 마스크 등을 건네받았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과 송치 등을 위해 이송 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금정경찰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내부 지침에 피의자 호송·송치 시 마스크나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사실상 경찰관이 제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탓이다. 이로써 국민들은 실물과 크게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는 '소녀 이미지'의 증명사진으로 잔혹한 살인 혐의를 받는 정유정을 기억하게 됐다.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흉악범의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해, 유사 범행을 예방하고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등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행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보통 피의자 이송 장면을 언론에 노출해 얼굴이 공개되곤 한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 공개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이 지난 2019년 긴 머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린 일명 '커튼 머리'를 하고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후 경찰은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거쳐 피의자 동의가 있을 경우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동의가 없을 경우 통상 신분증(증명사진) 신상 공개 사진으로 추가로 공개하기로 했다. 대부분 피의자가 머그샷을 동의하지 않아 신분증 사진이 공개되는 것이 관례화됐으나, 이후에도 신분증 사진과 실물이 괴리가 있다는 문제점이 거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피의자가 호송이나 송치 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완전히 얼굴을 가리면서 신상 공개 실효성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초에는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이기영이 머그샷 촬영을 거부하고 그의 실제 모습과 증명사진이 크게 차이가 났음에도 송치 시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리는 일이 있었다.

당시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머그샷 공개 관련 규정 및 법령 재검토 시사하기도 했다. 조사 기관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올해 1월 4~6일까지 국민 4152명을 대상으로 범죄자 사진 공개 실효성 논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4.1%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피의자 입장과 상관없이 최근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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